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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3)
    글쓰기 2013. 6. 11. 21:59

    이미 해가 진지 오래 되었다.

    분명 집에서 나올 땐 직진만 했던 것 같은데 돌아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지금 지은은 숲길을 걸어가고 있다. 높은 나무 사이로 보이는 달빛만이 발밑을 간신히 비추고 있었다.

     

    숲속의 밤은 생각보다 깊고 어둡기만 했다. 바람에 살랑이는 나뭇잎소리만 들어도 소스라치게 놀랐고, 어디선가 부엉이 소리가 들릴때면 두손을 꼭 쥐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한참을 헤메 숲길을 겨우 빠져나온 지은은 눈 앞에 있는 커다란 나무에 시선을 빼앗겼다.

    이파리 하나 달려있지 않은 거대한 고목은 가지마다 길다란 흰 천들이 매어져 있었고,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하얀 달빛에 춤을 추듯 움직였다. 지은은 멈췄던 걸음을 나무 쪽으로 옮겼다.

     

    나무 밑둥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고개를 들어 올려다본 하늘은 숲을 헤메일땐 보지 못했던 별들이 수 놓아져있었다.

    살랑이는 바람이 땀을 식혀주고, 가지사이로 보이는 별들이 지은이를 아득한 꿈 속으로 인도했다.

     

     

     

     

    바스락.

     

    낯선 소리에 지은은 서둘러 나무 뒤로 몸을 숨겼다.

     

    하얀 한복을 입은 여자가 나무 밑으로 비틀거리며 걸어온다.

    배를 움켜쥔 여자는 숨을 헐떡이며 최선을 다해 걸음을 내딛는 중이었다. 겨우 나무아래에 기대고 앉은 여자는 소리없이 눈물을 흘렸다.

     

    숨어서 몰래 상황을 지켜보기로 하고 그 여자한테 귀기울였다.

    차츰 숨소리가 잦아들고 눈물을 훔치던 손이 힘없이 떨어졌다.

    낯선 사람은 경계해야 한다고 배웠지만 많이 아파보이는 사람을 모르는 척 하면 안되겠다 싶어 돌아 나오려던 순간, 멀리서 누군가 뛰어 오는 소리가 들렸다.

     

    "현아야, 현아....현아 현아야!"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여인을 품에 감싸 안고 계속해서 불렀다.

     

    갑자기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졌다.

    애초에 길을 잃은 것뿐인데, 갑자기 나타난 저 두 사람과 숨어 있어야 할 이유도 모르고 이렇게 숨어 있는 자신이...

    목이 메여왔다. 숨이 막힐 듯 답답해져왔다.

    여인을 부르는 저 목소리가 내 마음도 애타게 만들고 있다.

    눈물이 날 것 같은 눈을 들어 숨을 크게 들이셨다. 눈부시게 하얀 달이 눈 안에 쏟아져 들어왔다. 머리가 아찔해져왔다. 저 달이 숨어 있는 나를 찾아 낸 것 같아 재빨리 눈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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